쫓기는 무궁화신탁, 여유 넘치는 인수후보

무궁화신탁이 금융당국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채 2개월도 남지 않았다. 기간 내 매각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무궁화신탁 입장에선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되다보니 M&A(인수합병) 과정에서 상대적 약자의 입장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무궁화신탁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의 하락을 두고 내년 1월 24일까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무궁화신탁은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3자 매각으로 가닥을 잡고 진행 중이다.

무궁화신탁이 내년 1월24일까지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하면 경영평가위원회가 평가해 승인 또는 부결 결정을 내리게 된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매각을 비롯한 자본확충 계획이 여의치 않아 부결 결정이 나오면 사실상 강제 조치에 돌입하게 된다. 임원 집무집행정지 및 관리인 선임, 예금보험공사 알선을 통한 매각 추진, 일부 사업장 계약 이전, 잔여 사업장 청산 및 무궁화신탁 인가 취소 등의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져 사실상 존폐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본 확충 급한불 RCPS 발목 잡나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궁화신탁은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삼정KPMG는 무궁화신탁의 자회사 케이리츠투자운용의 매각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오창석 회장이 보유한 지분 62.4%이다. 무궁화신탁은 순자산 기준 2~3배 규모의 매각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분기 기준 무궁화신탁의 자본총계는 2425억원이다. 기업가치를 순자산 대비 2배로 적용하더라도 500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주가순자산비율(PBR) 2~3배를 평가받기에는 부동산 시장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부동산 호황기라면 충분히 적용 가능한 수준이지만, 현재 신탁사의 책임준공 사업장의 우발채무가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앞서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했던 상환전환우선주(RCPS)도 발목을 잡을 여지가 있다. 무궁화신탁의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오창석 회장(62.4%)과 기타 소액주주(18.2%)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차지하고 있다. 지분율로 따지면 15.9% 수준이다.

상환전환우선주는 2018년부터 발행했는데 2018년 발행 물량(3.5%)만 보통주로 전환됐다. 남아있는 상환전환우선주의 규모는 약 950억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면 다시 부채로 인식되는 금액이다.

매각 대금을 최소로 하더라도 오창석 회장이 보유 주식으로 받은 주식담보대출과 향후 양도세까지 부담할 수준은 맞춰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무궁화신탁의 상환전환우선주와 현금흐름 등을 고려할 때 PBR 1배 이상의 가격을 받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적으론 무관심…적정 매각가 두고 눈치싸움

현재까지 인수 후보자로는 다양한 금융지주사와 건설사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대외적으론 대부분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무궁화신탁의 경영개선계획 제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굳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인수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NH금융지주가 꼽힌다. NH금융지주는 금융위에서 지난 2018년 부동산 신탁사 3곳을 신규 인가할 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당시 고배를 마셨지만 국내 5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NH) 중 유일하게 신탁사를 가지지 못해 꾸준히 신탁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해 왔다. NH금융지주는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규 사업의 발굴 차원에서 부동산 신탁 사업을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NH금융 측은 이번 무궁화신탁 인수전에 관해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우건설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 무궁화신탁의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과 중흥그룹 간 인연으로 무궁화신탁에 일부 지분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대우건설은 100억원의 자금을 무궁화신탁에 투자했고, 2.2%의 지분을 소유하게 됐다. 두 회사 간 협업을 통해 도시정비사업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다만 대우건설도 무궁화신탁의 인수에 대해 “회사가 건설경기 등을 고려해 채권 회수 등 유동성 확보를 우선적으로 하고 있어 인수에 대해서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다.

IB 업계에서는 무관심 처럼 보이는 일련의 모습에 대해 무궁화신탁의 경영개선계획 제출 기한이 촉박한 만큼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 관해 다양한 관계자들이 눈치싸움을 하고 있어 희망자들도 쉽게 관심을 표현하지 않고 있다”며 “책임준공 사업장의 우발채무 등 신탁사 리스크가 거론 되지만 이해관계만 맞으면 M&A가 성사된 과거 사례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발채무 리스크가 인수를 주저하는 주요 원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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