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조원 시장 열린다”…미중 해군력 경쟁에 K-조선 ‘대박’ 기대

미국 공화당이 미 군함을 한국 등 동맹국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법안을 발의한 것은 중국과의 해군력 증강 경쟁에서 절대적 열세라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미국에 생산시설을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조선업 만큼은 ‘미국산'(Made in USA) 의무에 대한 예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미 해군력 재건에 도움을 준다면 앞으로 30년 간 1조달러(약 1450조원) 이상의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13일 방산당국 등에 따르면 마이크 리 미 공화당 상원 의원은 지난 5일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미 해군이 선박 또는 선체, 상부 구조물의 주요 구성 요소를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선소 위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또는 미국이 현재 상호방위협정을 맺은 인도태평양 국가’라고 한정했다.

‘중국이 운영하거나 소유해선 안 되고 중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미 해군력 재건 등을 위해 중국 견제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재 전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90%가 한국·중국·일본으로, 미국이 한일과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마이크 리 미국 공화당 상원 의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을 발의했다. 세부 내용으로는 '미 해군이 선박 또는 선체, 상부 구조물의 주요
마이크 리 미국 공화당 상원 의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을 발의했다. 세부 내용으로는 ‘미 해군이 선박 또는 선체, 상부 구조물의 주요 구성 요소를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선소 위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또는 미국이 현재 상호방위협정을 맺은 인도태평양 국가’라고 한정했다. ‘중국이 운영하거나 소유해선 안 되고 중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 사진=마이크 리 미국 공화당 상원 의원실

미 해군정보국(ONI)이 2023년 7월 유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조선 능력은 미국의 23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은 10만GT(Gross Tonnage·총톤수) 안팎인 데 비해 중국은 2325만GT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해 8월 발간한 자료에선 현재 미 해군 함정 숫자는 291척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 해군 함정 숫자는 공개된 자료를 살펴보면 약 200~300척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최근 원자력추진잠수함(SSN)과 전략핵잠수함(SSBN) 등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진 다수의 전략자산을 보유한 미 해군력이 중국을 앞선 것으로 평가되지만 중국의 선박 건조 능력을 감안하면 앞으로 해군력 차이가 좁혀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미 정치권에서 감지된다. 이번 법안은 상·하원 과반을 차지하는 공화당이 발의해 의회 통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1920년 제정된 존스법에 따라 해군의 군함 등은 미국 내에서만 건조했다.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모든 선박과 군함은 미국에서 건조돼야 하고 미국 선원이 소유·운항해야 한다는 법이다.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이 의회를 통과하면 105년 만에 미 군함 시장이 열린다.

미국 의회조사국(CRS·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이 분석한 미국 해군 함정 숫자. 2023년 291척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국 해군 함정 숫자는 공개된 자료를 살펴보면 약 200~300
미국 의회조사국(CRS·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이 분석한 미국 해군 함정 숫자. 2023년 291척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국 해군 함정 숫자는 공개된 자료를 살펴보면 약 200~300척으로 추정된다. / 사진=미국 의회조사국(CRS·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미 의회에 따르면 미 군함 시장은 2054년까지 1조750억달러(약 1560조원)로 추정된다. 미국이 앞으로 30년 간 전투함 290여척, 군수지원함 70여척 등을 건조할 때 드는 비용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요청한 선박의 ‘보수·수리·정비'(MRO) 사업 규모도 연간 20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우리 조선 산업은 세계 1위의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함정 건조시설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며 “구매국에 기술이전, 교육훈련, 정비 등 맞춤형 지원도 가능한 강점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은 7000~8000t급 이상의 이지스구축함 1척을 건조할 때 약 18개월만 소요된다. 비용은 8억달러(약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동일한 함정을 건조하는 데 약 28개월이 걸리고 비용은 약 16억달러(2조4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한국은 일본과 NATO 회원국보다 선박 건조능력 등이 우수해 향후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국내 기업이 현재 수행하는 미 선박에 대한 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미국의 신규 군함 등의 건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범부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관세 부과 또는 방위비 인상 등을 요구하는 청구서에 대비해 한국이 조선업을 맞대응할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error: 더블클릭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