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 한온시스템, 매각 지연될까?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에 ‘대어급 매물’로 등장하며 관심을 모은 한온시스템의 매각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와 원매자 간 희망가격 차이가 커진 탓이다. 거래 성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초 모건스탠리와 에버코어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차량용 열관리시스템 업체인 한온시스템 매각에 돌입했다. 매각 대상은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각각 50.5%, 19.49%씩 보유 중인 한온시스템 지분 69.99%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4년 12월 한국타이어와 컨소시엄을 꾸려 한온시스템 지분 69.99%를 총 3조9400억원에 인수했다. 한앤컴퍼니가 인수금융(1조7000억원) 및 자체 조달(블라인드 펀드)을 통해 총 2조8400억원을 투입했고, 한국타이어가 공동 투자자로 참여해 나머지 자금(1조1000억원)을 댔다.
인수 7년 만에 한온시스템 매각에 나선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6월 주관사와 함께 예비입찰을 진행하고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추려 협상을 이어갔다. 같은 해 말에는 구체적인 인수후보 등까지 언급되면서 매각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수개월 동안 매각작업에 대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최근 한온시스템의 주가 하락을 협상 난항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17일 한온시스템은 장중 9530원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1만8000원대를 기록하던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공급난 영향이 컸다.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온시스템의 수익성에도 타격이 생겼다. 올 1분기 한온시스템의 매출은 약 1조9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약 305억원으로 같은 기간 70%가량 감소했다. 증권가 전망치 평균(386억원) 보다도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주가 하락으로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가치도 크게 낮아졌다. 17일 종가 기준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은 5조1939억원으로, 매각 대상(69.99%) 지분가치는 3조6352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약 1조원 가량 추가해도 한온시스템의 몸값은 5조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시가총액이 10조원을 상회하며 8조원대 매각가격이 거론되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시장 전문가들은 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이로 인해 협상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가총액이 6조원 미만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한앤컴퍼니는 낮은 가격에 팔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반면 원매자 입장에서는 낮아진 가격으로 매수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측이 원하는 가격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한 이 같은 대형 딜은 진행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펀드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운용사의 수익률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며 “한앤컴퍼니는 두 차례에 걸친 자본재조정(리캡)을 통해 투자금을 일부 회수했고, 지난 7년간 4000억원 이상의 배당수익도 챙긴 만큼 적절한 가격이라고 판단할 경우, 매각을 진행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