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남편’이 차린 VC, 설립 1년도 안돼 자본잠식

지난해 10월 문을 연 신생 벤처캐피탈 NPX벤처스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부터 경영개선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범 8개월 만에 자본잠식률 50%를 초과해서다. 자산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당분간 정책기관 출자사업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21일 NPX벤처스에 ‘자본잠식’ 사유로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내렸다. 창업투자회사(창투사)의 경영건전성 기준(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제 41조제3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벤처투자법에선 국내 창투사의 경영건전성 기준을 ‘자본잠식률 50%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NPX벤처스는 최근 자본총계가 회사 설립 자본금(20억원)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자본잠식률 50%를 초과했다.

중기부 투자회수관리과 관계자는 “창투사들의 경영건전성을 수시 점검하고 있다”며 “모니터링 과정에서 NPX벤처스가 최근 자본잠식률 50%를 초과한 것을 확인했고, 오는 12월 20일까지 경영건전성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자본잠식에 따른 경영개선요구는 창투사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진 않는다”면서도 “최근 발의된 벤처투자법 개정안에는 창투사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향후 자본잠식 사유로 창투사 라이언스를 반납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NPX벤처스는 방송인 클라라씨의 남편인 사무엘 황 NPX캐피탈 대표가 세운 벤처캐피탈이다. 2021년 10월 법인을 설립했고, 같은 해 11월 창투사 등록을 마쳤다. 최대주주는 설립 자본금 20억원을 전액 출자한 ‘NPX테라아크’다. 이 회사는 NPX그룹 계열 컴퍼니빌더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6월 현재 NPX벤처스가 중기부에 등록한 벤처펀드는 단 1개도 없다. 펀드 운용을 통해 벌어들이는 관리보수 수익이 없다는 뜻이다.

반면 지출은 자본금 규모 대비 작지 않은 편이다. 우선 임직원수가 13명이다. 1인당 인건비를 3000만원으로 가정하더라도 연간 약 4억원의 고정지출이 발생한다. 여기에 지난해 말 시설장치로 분류되는 유형자산을 취득하는 데 약 5억6000만원을 썼다. 신규 펀드를 결성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률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제는 자본잠식률 개선 전까진 신규 펀드 결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출자기관인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은 자산건전성이 취약한 벤처캐피탈에 출자를 제한하고 있다. 위탁운용사(GP) 선정 시 ‘자산 건전성이 취약한 경우(직전 분기 자본잠식률 50% 이상)’ 선정배제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뒀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설립 1년차 벤처캐피탈이 자본잠식률 50%를 초과한 건 초기비용부담이 큰 지출 구조를 짰거나, 고유계정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한 영향 등으로 추측된다”며 “정책기관 출자사업 지원이 제한되는 만큼 민간자금을 토대로 신규 펀드를 조성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률을 개선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NPX벤처스 관계자는 “자본잠식 관련 문의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추후 계획이 확정 되는대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에 활용한 5억6000만원의 용처에 대해선 “공시한 내용 외에는 답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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