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절반이 ‘경영권 가치’, 플레이그램 베팅 과했나?
코스피 상장회사인 플레이그램이 한글과컴퓨터그룹 계열사인 한컴MDS 인수를 결정한 가운데, 인수가격을 두고 시장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지분가치가 축소되면서, 인수가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높아졌다는 게 핵심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플레이그램은 한글과컴퓨터가 보유한 한컴MDS 지분 32.21% 및 경영권을 인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지난 5월 20일 체결했다. 총 거래대금 950억원 중 200억원은 이날 계약금으로 지급했고, 오는 22일까지 잔금 750억원을 납입할 예정이다.
딜 클로징을 목전에 둔 상황이지만,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가격이 다소 비싸게 책정됐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계약상 286만4477주를 주당 3만3165원에 양도키로 했는데, 이는 지난 18일 한컴MDS 종가 1만3850원의 약 2.4배에 달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계약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가격이 과도하게 산정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18일 종가 기준 한컴MDS의 시가총액은 약 1232억원으로, 지분 32.21%의 가치는 397억원 수준이다. 총 거래대금 950억원에서 지분가치를 제외하면 경영권 프리미엄만 553억원 가량 붙는다는 뜻이다. 이는 한컴MDS의 시가총액의 45%에 달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인수·합병(M&A) 딜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은 시가총액의 20~30% 수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다른 요인 및 변수들을 배제하고 단순하게 이같은 기준만을 한컴 인수딜에 적용할 경우, 적정가격은 643억~767억원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 인수가격인 950억원도 최초 계약 당시 보다 100억원 가량 축소된 금액이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지난 5월 20일 최초 공시에는 주당 가액 3만6655원, 총 거래대금 105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주당가액과 총 거래대금을 축소했다.
업계에서는 주가 조정에 따른 거래액 축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계약 발표 직전 한컴MDS 주가는 2만원대를 유지했으나, 계약 직후 주가가 1만원대로 추락했고 지난달 말에는 1만7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주식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양수도 계약 체결 후 지분가치가 급락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계약 후 지분가치가 반 토막 났다면 인수자 입장에서는 가격에 대한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지분가치 하락이 심하다면 계약 규모 축소는 물론 해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스닥 상장사 플레이그램은 지난해 10월 김재욱 대표를 선임한 이후 신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974년 설립된 플레이그램은 기존 소모성자재(MRO) 구매대행사업을 영위하던 업체였지만, 김 대표 선임 이후 대체불가능토큰(NFT), 소셜카지노 사업 등을 정관에 추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