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에어인천 2대 출자자…항공물류 확대
현대글로비스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품게 된 에어인천의 2대 소유주 자격을 얻어 항공물류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에어인천 투자구조 상단에 위치한 ‘소시어스 제5호 PEF’의 2대 출자자 위치를 꿰찰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에어인천 최다출자자인 인화정공과의 지분율 격차가 한 자리수로 좁혀질 수 있는 시나리오도 제기돼 이목을 끈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7일 에어인천과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화물운송사업 매각과 관련 사업 기본합의서(MA)’를 체결했다. 지난 6월17일 에어인천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지 두달여 만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매매가는 4700억원으로 정해졌다.
이번 계약과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상태로 아직 매매대금이 치러진 것은 아니다”라며 “매수 측인 에어인천이 매매가인 4700억원을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에어인천은 국제화물 운송에 주력하는 중소항공사로 지난해 연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10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때문에 에어인천 최대주주인 소시어스 PE(소시어스에비에이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전에 참여했다. 소시어스 PE는 에어인천 최대주주(100%)이자 특수목적법인(SPC)인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을 통해 에어인천을 지배하고 있다.
소시어스는 거래대금인 4700억원 보다 많은 6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체 도입 등 투자 재원 확보를 염두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소시어스 컨소시엄을 보면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가 FI(전략적투자자)로, 인화정공이 SI(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한다. 한투파와 인화정공이 에쿼티 투자자로서 각각 1000억원씩 출자한다. 여기에 증권사 2곳(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의 인수금융을 활용해 3000억원을 보강한다.
나머지 1000억원을 출자할 곳으로는 현대글로비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투자 규모를 1500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글로비스는 항공물류 경쟁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SI 참여를 검토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 현대글로비스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대에 글로벌물류센터(GDC)를 짓고 있다.
GDC에는 글로벌 이커머스 화물을 취급하기 위한 물류로봇, 분류시스템 등의 설비가 갖춰질 예정이다. 특히 현대글로비스가 10.33%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로봇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BD)가 개발한 물류로봇 활용이 점쳐진다. 또한 정밀기계, 의료기기 등 하이테크 품목 보관을 위한 자동화 창고와 신선화물 보관이 가능한 콜드체인(냉장·냉동) 창고도 구축할 계획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현대글로비스가 시장 예측대로 참여하게 되면 사실상 에어인천의 2대 소유주나 다름없는 자격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에어인천은 소시어스 PE가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실소유주는 선박엔진 부품사인 인화정공이다. 이번 컨소시엄의 SI이기도 한 인화정공이 에어인천 투자구조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인천의 바로 상단에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이 자리하고 있고, 해당 SPC를 펀드인 ‘소시어스 제5호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합자회사'(소시어스 제5호 PEF)가 소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화정공이 해당 펀드의 지분 99.57%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에어인천→ 소시어스에비에이션(80.3%)→ 소시어스 제5호 PEF→ 인화정공(99.57%)’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는 셈이다.
현재까지 이뤄진 소시어스 제5호 PEF에 대한 인화정공의 출자규모는 920억원 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 354억원을 출자한 데 이어 같은 해 연말 118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올해 3월에도 450억원이 또 한 번 납입됐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계기로 소시어스 제5호 PEF 설정액은 기존 920억원에서 4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하게 된다. 먼저 한투파와 인화정공의 투자금 2000억원이 소시어스 제5호 유입된다. 여기에 또 다른 유력 에쿼티 투자자인 현대글로비스의 1000억원까지 보태지면 3920억원 규모가 된다. 지분율을 보면 인화정공 48.9%(1920억원), 현대글로비스 25.5%(1000억원), 한투파 25.5%(1000억원) 씩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출자금은 1500억원으로 늘리면 한투파를 제치고 에어인천 단독 2대 소유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로 인해 소시어스 제5호 PEF 규모가 4420억원으로 확대된다고 가정하면 지분율은 인화정공 43.4%(1920억원), 현대글로비스 33.9%(1500억원), 한투파 22.6%(1000억원)로 조정된다. 실소유주인 인화정공과의 지분 격차가 10%p(포인트)안으로 좁혀지며 에어인천에 대한 지배력이 대폭 커지게 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에어인천의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 관련 투자자로 참여를 검토 중이며, 아직까지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