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 미용의료기 ‘하이로닉’ 인수 균열
동화약품이 1600억원 규모로 추진 중이던 미용 의료기기 업체 하이로닉 인수 작업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상세실사 과정에서 동화약품과 하이로닉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인수자금 문제와 함께 우발 채무 등 이슈로 이견이 생긴 것으로 파악된다. 양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딜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최근 하이로닉 인수를 위한 상세실사를 마쳤다. 지난 9월 동화약품은 하이로닉 지분 57.08%를 1607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이로닉 최대주주 이진우 의장과 특수관계인 이은숙 씨 지분 45.09%에 400억원 규모의 신주를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거래 종결 예정일은 12월 13일이었다.
SPA 체결 이후 상세실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동화약품 측이 실사 중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재무적 문제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SPA 계약 과정에서 파악하지 못한 정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우발채무 등 이슈가 발생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양측이 인수가격 조정 등 여러 옵션을 두고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딜 무산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인수대금 이슈도 있다. 동화약품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하이로닉을 인수할 예정이었다. 보유 중인 현금과 함께 신규 조달한 자금으로 지분을 인수한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전체 1607억원 중 동화약품이 500억원 가량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재무적투자자(FI)인 미래에셋벤처투자 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책임지는 식이다.
일각에서는 동화약품의 자금조달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화약품이 보유 중인 현금이 최근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동화약품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지난 2022년 말까지만 해도 821억원이었다. 이듬해 2023년 780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감소폭이 커져 지난 3월 말 780억원, 6월 말 527억원, 9월 말 31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베트남 의약품 유통업체 ‘중선파마’ 지분 51%를 319억원에 인수했다. 이외에도 의료 인공지능(AI) 개발업체 뷰노(30억원), 치료재 생산기업 넥스트바이오메디컬(40억원), 반려동물 건강관리 업체 핏팻(50억원) 등에 투자했다.
동화약품 측은 인수자금 조달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유 중인 현금과 신규 조달한 자금으로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동화약품은 장‧단기차입금을 늘려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 규모는 올 6월 말 각각 64억원, 160억원에서 9월 말 231억원, 347억원으로 증가했다. 장‧단기차입금 총액 기준으로 3개월 만에 354억원(58%) 늘어났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하이로닉 인수와 관련해 자금력 부족 문제는 없다”며 “실사를 마친 뒤 내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